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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쓰는 아이, 말 고쳐야 할까

by 우리말 골목 2026. 8. 3.

방언을 쓰면 언어 발달에 문제가 생길까요?

아이가 집에서 들은 낱말이나 억양을 자연스럽게 따라 한다고 해서 그 자체를 언어 발달의 문제로 보지는 않습니다. 방언은 지역 공동체가 오랫동안 함께 사용해 온 말이며, 표준어와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틀린 말이 되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의 방언 및 표준어 자료에서도 방언은 지역에 따라 분화한 언어로 다뤄집니다. 표준어는 여러 지역 사람이 공적인 자리에서 두루 소통하기 위해 익히는 공통의 표현 체계로 이해하는 편이 알맞습니다.

살펴봐야 할 것은 억양이 표준어와 같은지가 아니라 아이가 말을 이해하고 표현하며 대화를 이어 가는 전반적인 모습입니다. 간단한 지시나 질문을 자주 이해하지 못하는지, 필요한 것을 말로 표현하기가 유난히 어려운지, 말소리 때문에 가족 밖의 사람이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지, 대화 자체를 계속 피하는지 등을 생활 속 여러 장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어느 하나만으로 발달 상태를 판단하는 진단 기준이 아닙니다. 낯선 장소에서 긴장했거나 새로운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정과 어린이집·학교 등 여러 상황에서 어려움이 계속되고 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한 뒤 소아청소년과 또는 언어재활 전문가에게 평가가 필요한지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달 관련 일반 정보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과 같은 공공 보건 자료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왜 “틀렸다”고 바로 고치지 않는 게 좋을까요?

아이에게 방언은 할머니와 부모, 이웃의 말이기도 합니다. “그 말은 틀렸어”라는 지적이 반복되면 아이는 특정 낱말만이 아니라 가족의 말투까지 부끄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말할 때마다 실수할까 걱정해 입을 닫는다면 의사소통의 기회를 넓히려던 교정이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표준어를 알려 줄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교과서 읽기, 글쓰기, 발표처럼 여러 지역의 사람이 함께 이해해야 하는 활동에서는 널리 통하는 표현을 아는 것이 유용합니다. 다만 아이가 쓰던 말을 지우려 하기보다 이미 아는 표현 옆에 새로운 표현을 하나 더 놓아 주는 방식이 좋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교과서에서는 이렇게 쓰는구나”라고 설명하면 아이는 두 말의 관계와 쓰임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두 표현을 어떻게 함께 익힐까요?

같은 사물을 가족과 학교에서 서로 다르게 부르는 순간이 좋은 연습 장면이 됩니다. 아이가 집에서 익힌 말로 물건을 가리켰는데 친구가 알아듣지 못했다면 발음을 여러 번 되풀이하게 하기보다 “할머니는 이걸 ○○라고 부르고, 학교에서는 △△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아”라고 알려 주세요. 사람과 장소를 함께 짚어 주면 어느 말이 우월한지를 따지지 않고 쓰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며칠간 작은 기록을 남겨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종이에 ‘집에서 가족과 말할 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설명할 때’,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할 때’를 적고 아이가 어느 표현을 골랐는지 간단히 표시해 보세요. 한 표현을 버렸는지를 확인하는 기록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했는지, 아이가 편안하게 말했는지, 다른 표현을 제안받았을 때 바꾸어 말할 수 있었는지를 살피는 기록입니다.

대화 상황피할 반응보호자가 건넬 말
집에서 쓰는 방언을 말했을 때“그건 틀린 말이야”라고 즉시 지적하기“우리 동네에서는 그렇게도 말해”라고 인정하기
친구가 표현을 알아듣지 못했을 때친구 앞에서 같은 말을 여러 번 시키기“다른 지역에서는 이 말도 많이 써”라고 덧붙이기
발표나 글쓰기를 준비할 때평소 말투까지 전부 바꾸게 하기“여러 사람이 알아듣기 쉬운 말은 무엇일까?”라고 함께 고르기

아이가 어느 표현을 써야 할지 잠시 망설여도 혼란으로 단정하지 마세요. 알고 있는 표현이 늘면서 상대와 장소에 맞는 말을 찾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보호자는 방언을 인정하고, 표준어 표현을 덧붙인 뒤, 실제 상황에서 골라 말해 보게 하는 순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표준어를 써야 할까요?

학교생활 전체를 한 가지 말투로 통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쉬는 시간에 친구와 나누는 자연스러운 대화와 수업 발표는 목적이 다릅니다. 발표나 글쓰기에서는 듣거나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표현을 고르고, 친밀한 대화에서는 서로 익숙한 말투를 쓸 수 있습니다. 억양을 감추는 일이 목표가 아니라 상황에 맞춰 표현을 선택하고 필요하면 바꾸어 설명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말이 맞아, 저 말이 맞아?”라는 질문 대신 “누가 들을까?”, “어디에서 말할까?”, “상대가 이 낱말을 알까?”라고 물어보세요. 아이가 직접 표현을 고른 다음 상대가 이해했는지 돌아보게 하면 외운 규칙보다 실제적인 소통 감각을 익힐 수 있습니다. 담임교사에게도 가정에서 사용하는 지역어가 있음을 알려 두면 낯선 낱말이 나왔을 때 잘못으로 단정하지 않고 뜻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억양이나 낱말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면 어떻게 할까요?

아이가 놀림을 이야기했을 때 “그러니까 고치라고 했잖아”라고 반응하면 피해의 원인이 아이의 말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말을 들었고 어디에서 반복됐는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차분히 확인하세요. 이어서 “지역에 따라 말하는 방식이 다를 뿐, 네 말이 열등한 것은 아니야”라고 분명히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원한다면 “우리 지역에서는 이렇게 말해”라고 설명하거나 “다른 말로 하면 △△야”라고 바꾸어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놀림을 피하려고 정체성을 숨기는 훈련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황에 대응할 선택지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놀림이 반복되거나 아이가 발표와 등교를 피할 정도로 힘들어한다면 담임교사와 구체적인 상황을 공유하고 학교의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보호자가 기억할 실천 기준

사투리 쓰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일괄적인 교정보다 말의 범위를 넓히는 안내입니다. 아이가 쓴 방언을 자연스러운 지역어로 인정하고, 여러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표준어를 옆에 덧붙이며, 가족 대화·수업 발표·글쓰기처럼 구체적인 상황에서 두 표현을 골라 써 보게 해 주세요. 아이가 무엇을 말했는지만 따지기보다 상대가 이해했는지와 아이가 편안하게 참여했는지를 함께 살피면 됩니다. 방언은 가족과 지역의 삶을 잇는 언어 자산이고, 표준어는 더 넓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또 하나의 표현 선택지입니다.